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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3 14:16

내가 다니던 회사는 왜 망했나? -2- 바람이 전해준 이야기

안녕하세요. 
긴말 안하고 담편 쓰겠습니당. 
의외로 많은 분들이 봐주신거 같아서 기분이 좀 미묘하네요. 
이렇게 많이 보실줄은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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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먹구구식으로 만든 TV 의 참사

1편에서 X플러스에 납품할수 있다는 희망찬 미래에 젖어 제품을 마구 만들었다는거 기억하시나 모르겟네요. 
그전에 설명드렸듯이 X플러스에 납품한 TV 들은 기존에 저희가 제조 했었던 TV 와는 다른 방식의 TV 였고 회사 내부에서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고 되었던 TV 들이였습니다. 

그래서 무슨일이 발생했냐면...

A/S 가 어느순간 미칠듯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다 동일한 증상으로요. 
X 플러스에서 판매하는 브랜드중에 XXX어 라는 제품군이 있는데 그게 X플러스 자체브랜드 입니다. 그 브랜드 이름으로 납품한 제품들이 진짜 하루에 100대씩 들어오기 시작하는 겁니다. 물론 A/S 부서에선 회의할때마다 납품했던 제품들이 계속 들어오고 다 동일 증상으로 오고 있다고 꾸준히 말했지만 회사측에선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 물량이 식겁할 정도로 들어오니 회사는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닿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희 회사에다가 물건 납품 해달라고 컨텍한 바이어도 책임지라고 압박을 하고 있었구요. 

아참 A/S 증상이 뭐였냐면
증상이 뭐였냐면 화면에서 비가 내립니다... 
막 초록색줄 빨간줄 파란줄 아니면 그냥 검은줄 하얀줄... 막 이런식으로 화면에 세로줄이 생기는거에요. 이건 그냥 액정에 데미지가 먹어서 이렇게 된거라서 싸구려 부품교체로는 해결도 안됩니다. 액정 자체를 갈아야 하는 치명적인 불량이에요. 회사로써는 진짜 어마어마한 타격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중에 X플러스에서 XXX어 라는 TV 브랜드 쓰시는 분들중에 어? 하시는 분들도 있을꺼에요. 

결국. 

전국에 납품한 제품을 전량 회수조치 취하고 재 보정해서 다시 출고하기로 결정하게 됩니다. 이게 아마 몇천대 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거기서 발생되는 모든 화물 비용은 제품 잘못 만든 저희가 부담하게 됬죠. 손해배상까지 ^^> 
여기서 회사는 사원들에게 월급을 밀리게 됩니다. 
네... 인터넷에서 많이 보던 회사에서 빨리 퇴사해야 하는 이유중 하나인 그게 나와버렸어요.. 
그리고 이 한달밀린 월급은 회사가 망할때까지 해결이 안되었습니다. 

자 하여튼. 전국에서 납품한 제품군들 회수에서 보정 처리 한다고 했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사람이 급한 상황에 처해지면 대부분 침착하게 처리 못합니다. 막 냉정하게 판단이 안되요. 그냥 무자정 처리하게 되죠. 왜냐면 급하니까요! 당장 죽게 생겼는데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회사측에선 최대한 빨리 원인 분석에 들어가서 일단 어떤 판단을 했냐면 아 이거 플라스틱이라서 잉여 전류가 남아서 액정 망가진거구나!!!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접지 작업을 했었죠. 잉여 전류 빠져나가라고 접지 테이프를 사다가 제품에 부착해서 재보정을 했었습니다. 

여기서 이 글을 읽어보시는 분들에게 실제 제품의 고장 원인을 추측할 수 있게 몇가지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1. 이건 TV 입니다. 전자제품이죠
2. 제품이 플라스틱입니다. 
3. 저희는 이 플라스틱 위에 보드와 액정만 부착해서 출고 했습니다. 

1번이 핵심입니다. 잘생각해보세요 ㅎㅎ.. 

자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일단 X플러스 삽질한건 이런식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회사의 출혈은 엄청났습니다. 
무상기간내에 불량이 난 제품들은 무상 A/S 진행을 해줘야 하는데 이 불량이 액정에 데미지가 가는거라서 액정을 전면 교체해야 하는거거든요. 액정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화물비용까지... 정확한 금액은 모르지만 거의 억에 가까운 금액을 손해본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회사로써는 이거 만회하고 싶었겠죠? 지금와서 생각해보는거지만 이때 그냥 공장 팔고 예전 컨테이너로 돌아갔어야 했지 않나 싶으네요. 그러면 공장 판 금액으로 어느정도 손해를 메꿀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사장의 생각은 달랐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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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는 손해를 메꾸기 위한 회사의 똥꼬쇼와 중소기업 회사의 A/S 에 대한 고충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둘다 연결되는거니 그냥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오늘은 글이 좀 짧은거 같습니다. 제가 설명을 잘 못해서 그런건지 .. 
오늘도 글을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리플 부탁드립니다. 역시 이렇게 굽신거려서라도 리플이 있는게 좋네여 ㅎㅎ... 

덧글

  • 정답! 2017/09/13 14:34 # 삭제 답글

    설마 전기 회로의 열로 플라스틱이 녹아버렸나....?
  • 엘케인과지크 2017/09/13 14:51 #

    비슷합니다!
  • 고라스 2017/09/13 14:38 # 삭제 답글

    분량이 너무 적다!!
  • 엘케인과지크 2017/09/13 14:42 #

    일하면서 쓴거라( ..)
  • 은이 2017/09/13 16:26 # 답글

    오픈 프레임 만드는 회사 중에 보드까지 개발해서 팔던 회사가 있는데..
    고사양 보드는 따로 불리하는 쪽으로 가던거 생각하면.. 역시 발열문제가 의심이..
    거기에 풀 케이스 된 제품도 통풍구가 많고 두께도 좀 있고 그러던게 떠오르네요.

    뭐 그거보단 무리하게 계약체결해서 테스트, 준비비용 아낀거에서 돈맛 보니
    사장이 돈! 꿀맛! 하고 맛들였을테고..
    첫 실패에서 정신 못차리고 돈맛 볼려다가 더 크게 사고치는 콤보를 상상해 봅니다!

    그리고 3편을 기다립니다!
  • 엘케인과지크 2017/09/13 16:40 #

    네 발열문제 맞습니다.
    ............이걸 몰랐어요 사람들이 -_)
  • 네리아리 2017/09/13 16:42 # 답글

    아아아아...점점 눈덩이처럼 쌓이는...
  • 엘케인과지크 2017/09/13 18:19 #

    네 눈덩이처럼 쌓인다는 표현이 정확하네요 멈출수가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는겁니다.
  • 로그온티어 2017/09/13 18:58 # 답글

    아 .... 발열 내가 맞추려고 했는데;;
  • 엘케인과지크 2017/09/13 20:38 #

    이렇게 말씀하실정도로 누구나 예상 가능한 문제인데 회사는 예상을 못했어요 ㅠㅠ
  • 레드진생 2017/09/13 22:12 # 답글

    아아... 원래 조직이 멍청해질 때는 한도끝도 없이 멍청해지더라고요. 한번 시작한 건 물러나지 못하고... 제가 다니는 회사도 비슷한 게 있어서 참...
  • 엘케인과지크 2017/09/13 22:17 #

    ....돈이 문제인거 같습니다.
  • 魔神皇帝 2017/09/13 22:30 # 답글

    모니터였다면 그나마 사람이랑 가까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발열량이 꽤 된다는걸 눈치챘을텐데 TV는 모니터만큼은 가깝게 있는게 드물다보니 간과했던 모양이군요.사실 이런 부분은 개발실이나 QC쪽에서 잡아줘야 하는 부분인데 중소기업 QC는 그냥 사후처리하는 부서가 되기 쉽다보니...-_-;;
  • 엘케인과지크 2017/09/13 23:18 #

    으음 아뇨 발열 문제가 즉시 나오는 현상이였다면 qc 측에서 잡을 수 있는 문제였지만 이 제품은 몇달 후에 터졌습니다. r&d 문제였었죠
  • 함부르거 2017/09/14 00:20 # 답글

    1. 개발기간이 매우 짧음
    2. 검증되지 않은 기술 채용
    3. 주요 파트의 외주 - 물론 검증되지 않음
    4. 무한 A/S

    딱 망하는 프로젝트의 전형이네요. 소프트웨어 쪽도 똑같습니다. 남이 해놓은 프로젝트에 4단계에서 투입되서 피똥 싸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ㅠㅠ
  • 엘케인과지크 2017/09/14 09:50 #

    저도 4번 파트에서 일했었는데 진심 힘들었어요 ㅠㅠ
  • 대범한 에스키모 2017/09/14 05:27 # 답글

    앙 발열띠
    여러분 사업이 이렇게 망하시 쉽습니다.
    진짜 작은 일 하나인거같앗는대 훅가버리네
  • 엘케인과지크 2017/09/14 09:51 #

    첫단추를 잘못 끼웠다가 수정 안하고 계속 단추를 채우니 걍 죽더라구여..
  • 다크루리 2017/09/14 13:53 # 삭제 답글

    진짜 회사 망하는 거 전형이네요. 저런 거 중심을 잡아줘야하는 게 사장인데 사장이 당장 돈이 안 벌리면 월급 못 주는데... 어쩌구 하면서 망하죠... 사업이나 주식이나 손절매 타이밍을 잘 알아야 할 것같습니다.
  • 엘케인과지크 2017/09/14 16:16 #

    전 그래서 타이밍을 잡고 늦게나마 손실없이 퇴사성공을 했습니다.
  • 카데쉬르카 2017/09/14 20:46 # 답글

    회사는 역시 돈 안줄때 떠나야 제 맛
  • 엘케인과지크 2017/09/15 17:54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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